SI 유감

2018-04-24
계약/ ICT/ SI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이 뭐길래?

시스템 통합 프로젝트를 몇차례 한 적이 있다.
업무처리를 위한 시스템을 통합해서 개발해주는 프로젝트라고 하면 쉬울까?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산업분야에서는 보통 SI라고 한다.

SI는 왜 개발자들이 점점 꺼리게 되었나?

SI를 개발자들이 꺼리게 된 까닭은 자기가 속해 있는 거의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뭘 하는 지를 모른다는데 그 원인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해봤다.

각종 OO 프로젝트, XX 사업 등 명칭은 따로 두고서라도 해당 계약은 서비스 혹은 시스템 등의 납품을 최종 목표로 한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 지 모르지만, 우선 SI라고 하는 프로젝트는 도급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 또는 물건의 납품을 목표로 하는데, 그 완성을 위해 요구하는 조건은 천차만별이다.
천가지 차이가 있고 만가지로 다르다.

따라서 발주하는 입장에서는

  1. 스스로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2. 하려는 것이 타당한지를 검토한다(스스로 하지말고 제발 전문가의 도움을 좀 받아서, 근데 대부분의 전문가가 전문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3. 그걸 잘 모르면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묻는 작업을 한다(Request For Information).
  4. 취합된 정보를 통해 요구조건을 내걸고 제안을 받는다(Request For Proposal)
  5. 제안을 검토하고 낙찰을 한다.
  6. 낙찰자와 계약 후 발주된 사업 또는 프로젝트를 관리한다.

문제는 1번부터 건너뛴다는 점에 있다.
그리고 산업에서 문제인데, 정말 전무가가 너무 부족하다.
3번은 책에서 본 적은 있다는 사람도 만나기가 어렵다.
4번은 베껴서 한다. 요구조건도 정리 못한 채 이따가 낙찰자에게 내놓으라고 할 예정이다.
5번 단계에서는 서류 검토만 한다. 근거를 남겨야 하므로…
6번 단계부터는 해당 사업 또는 프로젝트가 뭔지에 대해 서로 정리가 안되니 ‘해달라’와 ‘못해준다’의 덧없는 반복만 이뤄진다.

그리고 ‘어찌되었던 고생하셨으니 술 한잔’으로 마무리 되기도 한다.

프로젝트라는 건 각각이 독특하고, 시작과 끝이 있다는 사실

아쉽게도 ‘프로젝트’가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는 점과 ‘독특하다’는 점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도급계약의 성질을 갖는 이런 SI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한다.
정부발주에 익숙하고 이를 돌려 쓰는 일에 익숙하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관행으로 유통된다.

유통되는 프로젝트 관리 방법은 그 취지와 내용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맞지도 않는 계약 포맷에 프로젝트를 끼워맞춘다.

가령 ‘맨먼쓰’라고 발음하는 Man Month라는 단어는 전형적인 단가계약 방식(Unit Price Contract)에 어울리는 용어다.
단가계약 방식으로 처리를 하려면 먼저 요건이 잘 정리되고, 그에 맞춰 설계가 발주자의 책임이 된다.
발주자 측에서는 코딩하거나 코딩할 때 필요한 각종 지식이 없으니, 그에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발주자가 제시하는 구조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해서 시스템을 개발하면 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인력당 단가만 맞춰서 들입다 코딩만 하면 되는 수준?

하지만 발주자들은 잘 알지 못한다.
잘 알면 자기가 하지 왜 남을 시키겠나?

턴키 방식의 어려움

단가계약 방식의 외형에 실질은 ‘턴키’가 되는 계약이 현실이다.
‘턴키’를 하려면 발주자는 설계부터 구상을 모두 수행할 당사자에게 넘긴다는 의미이고, 요건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
물론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위에서 말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로서’ RFI를 거치는 것도 필요하고… 잘 안다면야… 굳이… 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

실제 ‘턴키’방식으로 처리해야 하는 수준의 사업 또는 프로젝트를 준비도 전문성도 없는 발주처가 ‘턴키’를 수행할 능력도 안되는 업체와 만나 ‘단가계약’ 방식의 외형에 맞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실이고 보니, 제대로 뭔가가 진행될 리가 없다. 서로 잘 모르고 경험도 잘못된 경험만 강화된 발주처와 업체가 ‘도급’이라는 전문성 강한 계약을 진행한다. 그러니 서로간에 나오느니 한숨이고, 한 숨만 쉬다가 겨우 겨우 맞춰서 정리한 듯 하지 않은 듯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다.

마무리 된다?

업무를 표준화 하고, 이를 다시 체계화 하기 위해서 System을 또는 System에 Integration을 하는 것이다.
제대로 하지도 않고, SI는 지옥같은 말이 나돈다.
가엽게도 말 못하는 SI 프로젝트만 누명을 쓰고 있다.

근본적으로 왜 하는 지? 뭘 하는 지?
최소한 정말 최~소한이라도 위 두가지 질문 정도에는 답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이가 한 명도 없이 외형만 여기저기서 누더기로 가져다가 진행하고 제대로 된 결과를 도출할 수도 없으면서 SI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

도대체 SI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