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수난 시대에서의 '리걸테크'

2018-04-25
판례/ 데이터

빅데이터라는 개념

예전에는 데이터를 보관하기도 어려웠다. 데이터 저장장치가 크고, 비싸고, 저장을 위한 부수적인 비용이 막대하던 시절이 있었다.
데이터만 있으면 쉽게 해결할 것 같은 착각!
그런 시대가 있었다.

기술은 빠르게 발달했고, 상상할 수도 없는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세상이 왔다.
평생 세도 다 못셀 것 같은 Mega라는 무시무시한 단위는 우습게 보는 세상이다.

빅데이터.
엄청 큰 데이터.
울트라 슈퍼 하이퍼 빅 데이터가 넘친다.

데이터가 많아도 의미가 있으려면 쓰레기같은 데이터(Garbage Data)가 없어야,
데이터가 많아도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데이터(Outdated Data)가 없어야,
데이터가 많아도 편중되지 않아야 왜곡된 결론에서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다.

정확한 결론을 찾는 길은 아마도 데이터의 양, 속도(신규성), 다양성을 기반으로 해당 영역(혹은 도메인)에서 깊은 통찰력을 가져야 그나마 더듬어라도 볼 수 있게된다.

빅데이터는 그래서 3V라는 개념을 매우 중시하면서 출발하였다.

Volume, Velocity, Variety.

판례, 리걸테크, 빅데이터

판례와 데이터를 연구하는 데이터 사이언스에서는 먼저 민사소송의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

민사소송에서 소송의 개시와 대상과 종료는 당사자의 처분에 의한다는 것을 두고 처분권주의라고 한다.
가령 소송의 범위를 법원은 판단할 수 없습니다. 1억짜리 손해배상 소송이 충분해도 1천만원을 청구하면 1천만원 내에서 재판을 하고, 판사가 1억정도 손해배상이 발생했는 데 청구를 바꾸는 건 어떠냐고 묻지 않는다. 알아도 그렇게 개입하는 순간 각 당사자 사이의 공정과 형평에서 벗이나기 때문이다.

재판은 절대선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절대 진리를 알려줄 수도 없다.

사람들이 그걸 잊는다. 아니, 그걸 모른다. 재판은 신의 영역에서 절대적인 진리를 선포하지 장(場)이 아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에 대한 이행청구를 해야 함에도 확인청구를 하면, 이행청구를 하라고 할 수도 없다.
A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함에도, B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B에 대한 판단만 합니다.
그렇게 판례는 생성된다.
왜 이걸 법원에 물었지 싶은 판례도 엄청 많다.
그 가운데 기업법무에 익숙하지 않은 법무사님을 통한 소송을 한 분도 있고, 노무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분의 충고에 따라 재판을 해서 만들어진 재판도 있고, 질 확률이 매우 높음에도 의뢰인이 다른 곳에 위임을 할 것 같으니 본인이 맡아서 억지로 소송을 이끈 변호사가 남긴 판례도 엄청 많다.
그런 메타성의 데이터를 알지 못한 채, 판례만 분석해서는 아무리 방대한 자료를 다뤘다고 해도 왜곡된 결론을 갖게 된다다.

변론주의를 통해서도 판례는 생성된다.
변론주의는 주장과 증명에 대해서는 당사자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잘못된 주장을 하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 지 다른 걸 주장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코치하지 않는다. 주장과 관련 없는 증거를 제출해도 다른 게 필요하다고 하지 못한다. 다만 조금 불분명할 때는 ‘석명권’이란 것을 발휘하기도 한다.

우리가 다루는 판례는 이런 과정을 통해 생성된 결과이다.

따라서 잘못 수행한 결과물이 반복적으로 생성될 때 그 축적된 방대한 내용이 공개만되면 불공정하고 형평에 어긋난 것처럼 판례가 의도한대로 달라질까?
그렇게 공개된 방대한 판례를 가려낼 통찰은 있을까?

빅데이터를 말하지만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필요했던 원래로 돌아가보자. 데이터는 양이 많다고 답을 주지 않는다. 계속 현재와 소통하면서, 다양함을 확보하면서 덩어리를 이뤄야 ‘빅데이터’ 로서 그것도 가까스로 제대로 볼 수 있는 기초를 갖추는 수준이다.

데이터는 절대로 최선의 답을 주지 못한다. 데이터를 가려낼 통찰이 있지 않으면…

판례가 개방되지 않아서 재판이 잘못되고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틀리지 않았을까? 물론 판례는 더 개방되어야 한다. 개방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다. 그 끝은 여전히 통찰에 의해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빅데이터’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깊은 통찰을 통해서???

리걸테크 또는 로테크는 깊은 통찰을 발생하게 도와주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무언가가 되어야 할테다.

카카오뱅크가 쉽게 금융을 누릴 수 있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 것처럼…

기술이 법무를 쉽게 누릴 수 있게 도울 수 있음에도 우리는 얼마나 번거로운 세상에서 법을 어렵게 만나고 있는가?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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