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대의 NDA

2018-05-02
계약/ NDA

NDA, MCA 또는 비밀유지계약

NDA는 Non Disclosure Agreement의 약자이고, MCA는 Mutual Confidentiality Agreement의 약자입니다.
각각 직역을 하자면 비공개협의와 상호기밀협의 정도가 되겠네요.

과거와 달리 비밀유지계약을 굉장히 많이 쓰고, 검토도 아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ICT 분야는 실리콘밸리 거래 관행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인지, 더욱 많이 보입니다.
어떤 대표님들은 NDA를 쓰면서 우리가 제법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표현도 하더군요.

NDA는 왜 쓸까요?

NDA가 되었든 MCA가 되었든 비밀유지계약이 되었든 이걸 왜 쓰는 걸까요?
본 계약에 들어가기 전에 서로 필요하지만, 공개해서는 안될 것들을 정해서 서로 공유하기 위해서라는 건 다 압니다.
그렇자면 ‘비밀’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데요.

사실 스스로 자신의 영업상의 ‘비밀’을 명확히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게 의뢰되는 수많은 NDA는 대부분이 미국에서 유통되는 내용의 번역본에 불과합니다.
계약 본문에서 각종 예시를 하고 마지막에 ‘이에 제한 되지 않고’ 또는 ‘그에 제한 되지 않으며’ 같은 단어가 붙었다면 거의 확실할 정도로 영어를 번역한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일반적으로 법률 또는 계약에서 예를 들 때 우리는 각 예시를 나열한 후 “~등 일체의 ~”와 같이 표현을 많이 합니다.

이런 나열을 법적으로 해석할 때 “제한적으로 예를 든 것만 해당하느냐”와 “추상적이어서 알기 쉽게 예를 든 것일 뿐이냐”는 항상 문제가 됩니다.
앞의 것을 제한적 열거라고 하고, 뒤의 것을 예시적 열거라고 합니다.
제한해서 그것만 풀어서 드러낸 것이라는 뜻과 예를 들어 보여주듯이 풀어서 드러낸 것이란 거죠.

사실 기존 우리 법률 또는 계약에서 쓴 요런 “~등 일체의 ~”와 같은 표현은 영어식 표현인 “not to the extent that”에 비해서 좀 덜 불분명해 보입니다.

해당 문장은 분명한데, 우리는 비밀을 전부 다 묶어 버리려고 합니다.

공개여부도 따지지 않구요.

미국과 손해배상 제도가 다른 우리나라의 경우

우리는 손해배상 체계가 미국과 완전히 다릅니다.
먼저 민법의 채권법에서는 통상손해특별손해로 그 범위에 대해 구별을 합니다.
적극적손해소극적손해 그리고 정신적손해로 발생형태에 따라 구분을 합니다.
미국에는 징벌적손해가 추가되지요.
통상손해는 시장가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별손해는 그러한 손해가 있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물을 수 있는 손해인데요.
가령 부모님이 주신 헌 옷의 경우 통상손해는 헌옷 상당의 가격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경매로 가격이 매겨져서 거래가 되었다고 보기 전에는요.
하지만 유일한 유품으로서 개인적으로 보아 특별한 가치가 부여될 경우에는 그 특별함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손해를 추가적으로 배상하게 하는 것이죠.
해당 사례에서는 정신적 손해가 특별손해배상에서 주요한 요소로 될 것입니다.
다른 말로 위자료라고 합니다.

그런데 NDA로 인해 침해되는 손해는 추산이 매우 곤란합니다.
통상손해를 산정하기가 어마어마어마하고도 또 어마무시하게 어렵죠.
비밀유지계약을 위배한 경우 그 비밀스런 정보의 시장 가치를 구체화 하기는 어렵습니다.
내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할 사정도 애매하고, 그 사정을 구체화 해도 다시 가격으로 매기는 건 더 어렵기에 이를 특별손해로 하기도 어렵죠.
우리에게는 안타깝게도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제도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예정을 활용하면 어떨까?

천편일률적으로 번역되어 돌아다니는 NDA에 대해 제가 꼭 추가하고 싶어하는 문구가 이거입니다.
물론 손해가 확대되면 그에 대해 물을 수 없다는 단점은 있습니다.
“미리 손해가 얼마 정도 되니 이 정도로 나는 생각한다. (시장가격이 없으면) 내가 얼마를 부를테니 당신이 받을 텨?”

뭐 이런 내용입니다.

위약벌도 있습니다.

법치국가의 이념에 따라 사인간의 사적인 구제는 금지됩니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사인간에서 사적자치의 원칙 하에 계약상의 주의를 다하지 않거나 계약 위반을 한 경우 미리 벌금과 같이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약속을 할 수 있습니다. 위약벌에 관한 계약이라고 하는데요.

보통 “손해는 별론으로 하고, OOO 이나 XXX 등 그 위반에 대해서는 위약벌로 ~~원(또는 달러, 심지어 비트코인도?)를 지급하여야 한다”와 같은 식으로 별도의 명식적인 규정으로 위약벌을 둘 수 있습니다.

위약벌은 너무 과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축소시킬 수는 있습니다. 늘리는 건 못합니다.
민사 소송에서 처분권주의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계약의 핵심은 ‘비밀’에 있지만…

비밀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계약이 그러하듯 안지키면 어떡할거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이 있어 형사적으로도 책임을 물을 수는 있습니다.

NDA를 쓰실 때 꼭 참고하실 내용입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NDA는?

구글 클라우드,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많이 쓰고 업무상 편리함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제한된 기기에 비밀정보를 다루도록 하고 그 기기를 포맷하거나 폐기하면 되었지만(설마 그럴라구요), 지금은 클라우드로 공유를 하고나면 답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공유를 하고도(비밀관련해서는 그렇게 않는 것이 좋지만), 그 자료의 폐기는 매우 까다롭죠.

첨부파일로 보냈다고 해도 나중에 상대방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한다면?
이런 내용을 언급한 NDA는 아직까지 제가 적잖은 비밀유지계약서를 봤지만, 불행히도 없었습니다.

제가 상대하는 곳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영세하니까 이런 글로 주의를 주려고 하는 겁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NDA는 어떠해야 할 것인지, 그냥 돌아다니는 계약서에 보험처럼 서명 또는 날인으로 안심할 것인지?

혹시 문만 설치하고 자물쇠 잠근 후에 담은 쌓아 두지 않은 채 NDA 썼다고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은 담이나 벽이 없어 문 옆으로 다니는 데, 문고리만 꽉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최소한 생각이라도 하고 있어야 합니다. 클라우드 시대의 NDA는 어때야 하지?

그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면 됩니다.

쫄지마세요.

계약은 법률행위이고, 법률행위는 당사자가 표시한 대로 효력을 발생시킵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최소한 이 정도만 알아도 지금 돌아다니는 계약서를 고쳐 쓰실 수는 있으실 겁니다.

분쟁의 해결

따로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아직도 주변에서 ‘서울지방법원’을 관할로 하는 계약서가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습니다.
어딘가에서 얻어 쓴 계약서일텐데요.

2004년 이후로 ‘서울지방법원’은 없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동부지방법원, 서울서부지방법원, 서울남부지방법원(남부인데 목동역 근처에 있습니다. 공덕역 근처에 있는 서부지방법원보다 더 서쪽에 위치한 것은 함정),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명확히 지방법원이 나눠져 있습니다.

서울지방법원이라는 계약서를 아직도 쓰신다면, 경국대전을 참고하시는 것도 권합니다.

헌재도 인정한 경국대전!!!

여담이지만, 행정수도에 관한 헌법재판에서 경국대전을 언급한 헌재재판관들을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을 거부한 반역도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뻔 했습니다.
왕조시대 유물로 민주공화국을 능멸하려 한 죄~~~!!!

뭐, 그렇다고 경국대전이 몹쓸 것은 아닙니다.

여하간 이왕 쓰시는 NDA라면 기본은 좀 알자는 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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